고용노동뉴스
‘이주노동자 유족’ 퇴직공제금 제한 “위헌”
페이지 정보

본문
산재 사망사고 이주노동자 유족이 외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퇴직공제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한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첫 결정이 나왔다.
‘퇴직공제금’은 건설노동자가 1년 이상 근속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퇴직금 차원에서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외국 거주 외국인은 지급대상에서 제외돼 ‘차별’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이어졌다.
베트남 노동자 산재사고 사망, 가족은 고국에
법원 “수급권은 입법자 재량” 위헌신청 기각
헌재는 23일 오후 베트남 국적 노동자 A씨의 아내가 건설근로자법 14조2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의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심리 2년6개월 만의 결론이다.
이번 사건은 A씨가 2019년 9월 산재사고로 숨지면서 시작됐다. 2011년 4월 한국에 들어와 건설노동자로 일했던 A씨는 당시 터널 공사의 지하 암반 굴착 현장에서 무개화차(돌을 나르는 뚜껑 없는 화차) 사이에 머리가 끼여 목숨을 잃었다. A씨는 고국에 아내와 두 자녀를 두고 있었다.
A씨 아내는 남편 사망 소식에 입국한 다음 건설근로자공제회에 퇴직공제금을 청구했다. A씨의 퇴직공제금이 약 300만원에 달했지만 공제회는 건설근로자법 조항이 외국
국적의 외국 거주 유족은 퇴직공제금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A씨 아내는 2020년 2월 법원에 퇴직공제금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그해 8월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외국인 근로자에 관한 제도는 입법정책의 영역으로 입법자가 비교적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가진다”며 “공제기금의 재정적 부담과 법적 안정성 측면을 고려했을 때 신청인의 재산권·근로의 권리·평등권을 본질적으로 박탈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유족 “재산권·평등권 박탈” 헌법소원
대리인 “이주 건설노동자 차별 바로잡아”
문제는 A씨가 법 개정 이후 사고를 당했다면 유족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2019년 11월 법이 개정되고 이듬해 5월 시행돼 외국 거주 유족의 보상을 막는 규정이
삭제됐다. 과거 조항은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로서 외국에 거주하고 있던 유족은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을 준용해 적용했다.
그러자 A씨 아내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도움을 받아 2020년 9월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A씨쪽은 “유족이 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퇴직공제금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청구인의 재산권과 근로의 권리에 대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족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내국인과 차별을 받게 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A씨는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해 가족을 데려올 수 없도록 한 점도 위헌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결정으로 외국에 거주하며 생계를 함께하지 않은 이주노동자의 유족이 보상받을 길이 열렸다.
A씨 아내를 대리한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퇴직공제금은 일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의 성격인데도 불구하고 단지 유족이 외국 거주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지급하지 않은 것은 이주 건설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대부분 이주노동자 유족은 외국에 거주하고, 건설현장에는 이주노동자들이 특히 많은데 이번 결정은 이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의미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 이전글[2024년 최저임금 논의 임박] ‘업종별 구분적용’ 노사공 갈등 격화한다 23.03.28
- 다음글행정기관 공무직·기간제 ‘공정채용’ 기준 마련 23.03.2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